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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하는 반려견 (두부 이야기)

어느날 내가 개엄마가 되었더라고요 (Ft.개는 훌륭하다,세상에 나쁜개는 없다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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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내게 2024년은 큰 변화의 한 해라고 말할 수 있겠다. 

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. 

초 미니멀을 실천하고 있고, 깔끔한 거실을 유지하고 싶은 나에게 집 안에 강아지를 들인다는 것은

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. 

강아지를 들인다는 것은, 내 살림의 일부를 그에게 내주어야 한다는 일.

용납할 수 없다.


그런 내가 5월 4일.

작고 여리고 귀여운... 태어난지 두달 된 '말티푸'를 모시게 되었다. 

하...

다시 5월 4일 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까?

지금 내 맘은, 저 녀석이 심하게 귀여우면서도 심하게 후회가 되는 상태라고나 할까?

좋기도 하면서 후회도 되고... 아직은 내 맘을 잘 모르겠다. 

 

많고 많은 강아지 중, 말티푸를 입양하게 된 것은

보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뜨는, 이상한 알고르즘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. 

마치 인형과도 같이 생긴 곰돌이 생물체.

너무 귀여웠다. 

제주도 테디베어에서 봤던 그런 생물체다. 

보고 또 보고...

'하씨... 나 왜 이러지?'

왠지 얘라면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고... 

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얘기를 꺼내자마자 환호성이 들려왔다. 

그 얘기를 꺼낸 후 빚독촉을 받는 사람처럼...

급기야 "언제까지 귀여운 말티푸를 우리 앞에 데리고 올 거야"라는 협박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. 

하루에 한번이었다가, 하루에 여러번... 그러다 수시로...

내가 쏘아 올린 '귀여움' 한방울이 이렇게 강한 여파를 몰고올 줄이야...

 

 


고1이 된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뒤늦게 홍역을 앓는 중이다. 

친구들도 맘에 안들고, 성적도 너무 깜놀이고... (엄빠가 더 깜놀이다)

본인 스스로 위축이 되는 모양이다. 

늘 당당하고 씩씩하고 자존감이 높은 딸이었는데,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이 늘 그늘져 있었다. 

첫 중간고사를 보던 어느 날. 

과목 점수를 듣자마자,  그러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폭주기관차처럼 멈추지 못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. 

나중에, 후회할걸 알면서도 나는 멈추지 못했다. 

그게 고스란히 화석이 되어 두고두고 날 괴롭힐거란걸 알면서도.

.

정신을 차리고 아이와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면서 엉엉 울었다. 

최근들어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. 

아이가 힘겨워 하는걸 보는건, 유리알을 삼키는 듯 나도 힘들다. 

집에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감 나눌 상대가 필요한데, 나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. 

아이가 그토록 원하는 강아지와 함께 교감을 나누면 어떨까?

함께 사랑을 주고 받으며,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입시의 긴 터널을 조금은 위안삼으며 보내보면 어떨까. 


 

무엇보다 내가 강아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. 

코로나 때, 막둥이의 권유로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봤던 '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' 와 '개는 훌륭하다' 프로그램이

아주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. 

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실 나는 '더욱 키우지 말아야겠다'는 생각이 들었었다. 

본인 스스로 만족하려 키운 동물은 , 생각보다 많이 방치되어 있었다. 

방치된 동물들은 때론 위협적이고 위험해보였다. 

제대로 길들이지 않고, 제대로 치우지 않은 환경들.

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. 

하지만 그 프로그램들이 지금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. 

최소한...

1.지금보다 더 깨끗하게 집을 가꿀 자신이 있어야 한다.

2.동물 때문에 행복해지는게 아니라, 동물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겠다.고로 같이 사랑을 주고 받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. 

3.동물을 절대 외롭게 하지 않아야 한다. 

 

이 세가지를 지킬 수 있을 때 고려해 보기로 했다. (아이들이 너무나도 간절히 강아지를 늘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)

 


이 세가지가 고려된 시점이 바로 올 5월이었고, 강하게 맘 먹고 입양한 날은 5월 4일이었다. 

초5 막내 표현을 빌리자면,  자기 생애 가장 잊을 수 없는 어린이날 선물이란다. 

말티푸를 입양한 이후부터 나는 꾸준히 의심했다. 

'아이들이 언젠가는 귀찮아할테고, 대.소변 치우는 일도 서로 미룰 것이라고'.

아직까지는 서로 미루지 않고, 처음 본 사람이 그 누구이건 치운다. 

맘마도 시간 맞춰 잘 주고 있고.

막내인줄만 알았던 아이가 강아지를 키우며 책임감을 갖고 돌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. 

대.소변 치워주고, 패드 깔아 놓기, 식기 깨끗하게 관리하기, 바닥 머리카락 없도록 돌돌이로 치우기...

강아지를 돌보며 이 녀석도 책임감 있는 멋진 아이로 크려나?

괜한 기대감까지 ...^^

 


예상한대로 거실이 내가 생각한 '청결' 상태로 유지되기가 쉽진 않았다. 

배변 훈련 하느라, 여기저기  깔아놓은 배변 패드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. (정리정돈 안 되어 있으면 화나는S.t)

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배변패드 정리하고, 실수한 배변들을 치운다. 

하루에 한번 이상은 물걸레로 30평대 거실+방을 깨끗하게 닦아낸다. 

물론 머리카락 없도록 돌돌이로 수없이 찍어나른다. 

그래서인가? 강아지가 우리집에 오고난 후 부동의 몸무게가 바뀌고 있다. 

무려 2키로 이상 빠진 것. 

물걸레질 잘만 하면 운동효과가 있다더니, 이거 정말 맞는 말 같다. 

물걸레질을 제외하면 내가 크게 뭘 한게(?) 없다.ㅎㅎ


딸의 표현을 빌리자면, 강아지에게서 '꼬순내'가 난다고 한다. 

난 그냥 강아지(개) 냄새인 것 같은데...^^

동물을 사랑하는 종족에겐 그게 '꼬순내'인가보다. 

강아지가 우리집에 온 후, 내 사진첩은 이녀석 사진으로 가득이다. 

외출하고 돌아오면 반갑다고 꼬리 흔드는 이 녀석이 조금 부담스럽지만, 익숙해질테지...

외출을 오래하고 오면 많이 놀아준다. 

 

핥는건 좀 더 있다하자. 지금은 아냐. 조금만 핥아. 나 이런거 별로 안 좋아해....

그래도 널 정말 많이 사랑해줄꺼야.

우리 가족 네명의 사랑을 골고루 차고 넘치도록 나눠줄게♥♥♥

 

나, 잘 키울 수 있겠죠? -.-v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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